세련된 이탈리안 식당이며 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선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 길 한가운데 정겨운 한식집 한곳이 유독 눈에 띈다. '모던밥상'. 이곳 가로수길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한정식 전문점이다.
낮은 담벼락 위에 톡톡 튀는 분홍색 간판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호기심에 분홍색 간판을 꺾어 낮은 담을 따라 들어가면 예상 외의 공간이 펼쳐진다.
조그만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아주 조그만 정원. 봄, 여름이 되면 꽃이 피어 화사함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한겨울이라 그런지 쓸쓸한 느낌도 감돈다. 하지만 한겨울 창가에 앉아 있으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의외로 따뜻하다.
식당 곳곳에는 커다란 나무가 푸른 잎을 드리우고 있어 겨울 햇살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겨울 푸른 잎사귀가 궁금해 물어보니 잎사귀는 인공적인 이미테이션이라고. 하지만 나무 둥치는 진짜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 그늘 밑에서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곳, 가로수길을 즐겨 찾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주변의 직장인들까지 모던밥상을 즐겨 찾는 이유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는 가수 싸이의 어머니로 더 유명한 김영희 씨다. 오래전부터 강남 일대에 고급 음식점을 운영해 온 그는 "한식집 하면 떠오르는 고정적인 분위기를 깨고 젊은 사람부터 직장인들까지 고루 즐길 수 있는 부담 없으면서도 격을 갖춘 한정식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코스 요리보다는 찌개나 보쌈김치 등 일품 메뉴 위주로 식단을 구성한 것도 '고급 한정식 집의 문턱을 낮추자'는 의도가 컸다. 하지만 요리를 맡은 주방장은 모두 호텔 주방장 출신으로 고용, 그만큼 손님들에게 격식 있고 정성스러운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자 하는 게 모던 밥상의 제 1원칙이라고 한다.
'캐주얼한 한정식집'을 추구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상차림은 요란하지 않다. 한끼 식사에 놓여있는 반찬은 서너가지가 전부. 딱 먹을 만큼만 차려 놓은 깔끔하고 간소한 밥상이다. 테이블 문화에 익숙한 외국 손님들과 함께 부담 없이 우리네 한식을 소개하고 맛보기에 좋다. 찌개 등 식사류의 가격은 보통 8000원에서부터. 한우 떡갈비, 토종닭 감자도리탕 등은 1만2000원에서 2만원 정도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인기 메뉴는 토종닭 감자닭도리탕(小 1만5000원, 大 2만5000원). 한끼 식사뿐 아니라 저녁때는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이곳 닭볶음탕(닭도리탕)의 맛은 처음에는 달달함이 감돌지만 뒷맛이 상당히 매운 편이다. 약간 싱겁다는 느낌에 허전하다 싶을 때면 뒤늦게 느껴지는 은근한 매운 맛이 자꾸만 입맛을 당긴다. 계절마다 각기 다른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겨울철에는 고기로 꽉 찬 속이 보기만 해도 든든하면서도 육즙이 풍부해 더욱 감칠맛 나는 이북만두(1만5000원)도 별미다.
위치: 신사역 8번 출구로 나와 직진, 기업은행 왼쪽 길로 꺾어져 들어가면 낮은 담벼락 위 분홍색 간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