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가 이름을 날리며 경북 영덕은 어느 덧 '미식의 고장'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영덕에는 대게 집만 있는 게 아니다.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 나는데다, 경북지방은 전통적으로 한우가 유명하다. 영덕으로 1박2일의 여정을 상정했을 때 매 끼니를 대게로만 채울 수는 없다. 영덕에서 해산물 말고 부담 없이 채울 수 있는 메뉴가 있다. 바로 불고기다. 영덕 읍내 군청 인근에 자리한 '아성식당'은 옛날식 한우불고기로 영덕을 찾는 미식가들 사이 아름아름 알려진 맛집이다.
계란 노른자 + 간장소스 고소한 맛 더해 흙화덕-숯불-양은 냄비 옛 추억 새록
'옛날식' 불고기를 내놓는다는 집은 외관부터가 그럴싸하다. 그렇다고 고대광실은 아니다. 읍내 골목길에 들어앉은 야트막하고 허름한 한옥으로 정서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집 불고기 맛은 이미 영덕은 물론, 포항, 서울 등지까지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국구 맛집은 아니다. 신문, 방송사의 취재를 번거로워 해 매스컴 바람은 타지 않았다.
일단 정감으로 먹는 집이라는 인상이다. 아성식당 불고기 맛의 내공은 결코 간단치 않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딸로 이어지는 50년 손맛이 담겼다. 이 집 정순란 사장(51)의 친정어머니 김순례 씨(87)는 영덕에서 40년 넘도록 불고기와 국밥을 끓여 왔다. 그 손맛을 딸이 14년째 잇고 있다.
대체 '옛날식' 불고기는 어떤 맛일까. 가장 큰 특징이 약간 질기다는 것이다. 요즘 흔한 불고기 처럼 마냥 부드럽기 보다는 고기가 쫄깃 거리며 씹는 맛이 살아 있는 편이다. 그 비결은 육질에 있다. 이 집은 불고기감으로 영덕산 황소고기를 쓴다. 거세우가 아닌 3년산 황소육을 쓰는 까닭에 육질이 고소하고 쫄깃 거린다.
- ▲ 아성식당 불고기
불고기 맛을 내는데 필수요소는 양념이다. 이 집의 양념은 요란하지 않다. 간장에 마늘다짐, 설탕, 실파와 양파가 전부다. 얇게 썰어둔 살코기와 양념을 버무려 접시에 내오면 손님들이 적당 껏 육수를 부어가며 불고기를 조리해 먹는데, 사골 육수는 양껏 리필 해준다.
다른 집과의 차이라면 야채와 불고기 전용 냄비 정도. 별도로 시금치, 팽이버섯, 당면을 듬뿍 주는데, 불고기와 함께 넣고 끓여 먹는 맛이 각별하다. 특히 시금치의 파릇한 기운은 음식에 생기를 불어 넣는 듯한 시각적 효과도 있다. 잘 익은 불고기를 계란 노른자와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맛도 고소하다.
육수와 갖은 양념이 고루 섞인 국물에 밥을 비비고 볶아 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옛날식이라는 느낌은 조리도구에서도 느껴진다.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흙화덕에 숯불, 양은 냄비의 조합이 그러하다. 특히 양은 냄비는 외양부터가 좀 다르다. 불고기 전용 냄비로 편편 넓적한 바닥의 가운데가 산처럼 우뚝 솟아 있다. 게다가 냄비의 턱이 높아 육수를 듬뿍 넣고 끓일 수 있다.
최근에는 손맛도 진화했다. 어머니의 전통 방식에 살짝 퓨전을 가미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 무침, 김치와 야채 등을 넣고 함께 끓이고 볶는 불고기가 인기다. 국물에 밥 비벼먹고, 김치와 고추장 등을 섞어 밥을 볶아 먹는데, 한마디로 불고기도 이렇게 해먹을 수 있구나 싶은 푸짐한 맛이다.
"어머니때에는 반찬을 섞지 않았습미더. 안 섞으마 어머니 맛이고, 이거저거 섞으마 새로운 맛이지예."
이 집에서는 한우불고기 단일메뉴만 낸다. 1인분에 8000원. 14년 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 하고 있다. 가을 송이 철에는 송이불고기도 한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매월 두 차례 휴무(일요일), 방 5실(50명 수용).
▶ 내비게이션 입력: 경북 영덕군 영덕읍 남석2리 193-3. (054)734-2321
::: 추천합니다
▶ 박병모(46ㆍ영덕군청 관광기획 계장)
이 집은 우선 분위기부터가 아늑하다. 야트막한 한옥으로 정서적으로 편안한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옛날식 불고기의 맛이 더 각별하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주인 인심도 후해 동료들은 물론 손님들과도 자주 들른다.
▶ 이현우(40ㆍ영덕군청 문화관광과 홍보담당)
바닷가에서 대게, 생선을 찾는 게 보통이다. 영덕에서 불고기라 처음엔 별 기대를 안했는데, 먹을수록 진가를 알게 돼 단골집으로 삼았다. 부담 없이 추천할 만 한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