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점심시간.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골목길!
그 좁은 골목에서 끝이 안보일 만큼 길게 늘어선 일단의 행렬!
[맛있다니까.]
[기대 잔뜩 하고 왔는데, 맛있을까요?]
그 행렬 따라가 봤더니 푸른 가스 불 위에서 맹렬하게 끓고 있는 양은 냄비들!
어디 그 뿐이랴, 골목 여기저기에서 끓어대는 뚝배기들로 정신마저 혼미해지는데!
아니, 대체 뭘 드시러 오셨어요?
[갈치조림!]
직장인, 아주머니, 젊은 연인들, 남녀노소, 국적불문 할 것 없이 온 입맛을 사로잡은 바로 그것은 갈치조림!
[끝내줍니다.끝내줘!]
[맛있어요!]
칼칼한 입맛을 확 끌어당기는 보글보글 '갈치조림' 골목으로 요리조리 들어가 볼까요?
주변 직장인들에게는 필수 점심 코스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관광코스가 되어버린 남대문 갈치조림골목!
1988년을 전후로 하나 둘 생겨 지금은 20여 군데 이상의 갈치조림 식당이 성업 중인데.
유명세 덕에 그 맛 한 번 느끼려면~
[점심시간 되면 기본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밥을 먹죠.]
30년 넘게 갈치조림만 팔아온 한 식당.
골목의 터줏대감답게 점심시간 문정성시를 이루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양은냄비의 유혹이 강렬하다!
[처음 봤어요. 이렇게 막 끓이는 것.]
맹렬히 솟아오르는 푸른 불꽃 위에 양은냄비들 3단, 4단으로 착착 쌓아 올려 지는데~
[이렇게 해놓으면 위에 있는 냄비가 식지 않아서 손님들 오면 빨리 데워서 나갈 수 있으니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이미 1층 꽉 들어찼고, 어디론가 조심조심 올라가는 사람들!
2층, 3층 다락방까지 오밀조밀 들어찼는데~
허름한 분위기에 입맛이 절로 돈다!
[이런 분위기 좋아해요. 맛으로 승부 하는 집.]
줄 서서 기다리는 건 필수!
합석은 기본이다!
[원래 유명한 집은 다 이렇지 않아요?]
[자리 없는데 서로 양보하면서 먹어야 이 집 장사도 될 거 아냐.]
메뉴는 딱 한 개, 갈치조림!
빨간 양념 속에 숨겨진 통통한 갈치와 잘 익은 무!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데~
맛은 어떤가요?
[간도 맞고 매콤하고.]
[깔끔해요. 얼큰하면서.]
[입에 착 당기는 것 있잖아.]
오래되고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나오는 이 집 갈치조림, 한 번 먹었다하면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는데~
[엄마가 양은냄비 크게 해서, 식구가 많으니까, 그 맛인 것 같아요.]
[드셔봐요. 드셔봐야 맛을 아니까.]
양은냄비만 고집하시는 이유라도 있나요?
[문의식/양은냄비 갈치조림 주인 : 옛날에 시골에 살 때 어머니가 양은냄비로 해준 맛이 빨리 끓고 맛이 있잖아요. 그걸 착안해서 이렇게 한 거죠.]
이렇게 양은 냄비파가 있다면, 또 한 쪽엔 뚝배기파가 있다!
뚝배기의 성질상 천천히 한 번에 끓여내는 것이 특징인데~
이렇게 하면 속살까지 흠뻑 배어든 양념 맛이 일품!
[양념이 많이 밴 게 맛도 있고 밥이랑 비벼 먹으면 맛있고.]
[매콤하고 짭짤한 게 진짜 맛있는데요.]
아무래도 갈치조림은 신선한 갈치와 양념장이 생명!
눈부시게 빛나는 먹갈치 부산에서 막 도착이요!
그 놈 참, 통통하네 그려!
[문혜순/뚝배기 갈치조림 주인 : 이런 갈치가 좋은 거예요. 이 가운데 붉은 줄이 있잖아요. 이런 게 국산 가운데서도 아주 부드럽고 맛있는 거죠.]
머리부터 꼬리까지 붙어있는 지느러미 깨끗이 잘라주고 비늘도 싹싹 벗겨주고 일정한 크기로 툭툭 잘라내면 갈치 다듬기 완료!
특히 이 집 맛의 비결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직접 만든 양념장!
표고버섯가루 설탕, 생강, 양파, 마늘, 고춧가루 등 12가지 재료를 넣어 휙휙 저으면 산뜻한 양념장 완성!
[양념이 다 국산이에요. 마늘, 생강, 양파 전부 국산만 써요.]
매콤하면서 개운한 육수에는 이 집만의 비법이 있다는데~
[저희는 육수를 다시마 삶아서 매실 진액을 넣어요. 저희가 매실을 담거든요.]
뚝배기에 큼지막하게 썬 무를 깔고, 갈치 넣고 양념장 올리고 육수 붓고 센 불에서 펄펄 끓이면~
뚝배기 갈치조림 완성!
쌀밥 위에 매콤하게 양념된 갈치조림 한 조각을 얹어놓고 입 안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녹아~
[음 맛있다~]
[너무 맛있다~]
그 때 여기저기서 덥다 더워!
에어컨 좀 켜주셔야겠네요~
[화끈하고 매콤하니까 땀이 많이 나네요.]
뚝배기는 방금 한 음식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뜨거운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특징!
[뚝배기에 나와서 뜨겁기도 하고 얼큰하기도 해서.]
푹 익은 무는 갈치조림의 백미!
갈치살 발라 먹고 난 후 무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남대문 갈치조림을 제대로 즐기는 법!
양념장에 비빈 밥을 김까지 싸먹으면 캬 밥도둑이 따로 없다!
[국물을 밥에 비벼서 이것을 김에 싸먹으면 끝내줘요. 갈치국물 김 쌈.]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어김없이 놓여있는 건 바로 계란찜!
[갈치조림은 좀 얼큰하고 계란찜은 좀 삼삼하면서 간도 딱 맞으니까 조화가 되는 거죠.]
[계란찜이 매운 걸 달래주잖아. 같이 먹으니까. 떠먹어 봐. 확실히 다르네.]
남대문 갈치조림은 관광객에게도 소문난 먹을거리다!
[맛있어요!]
한창 바쁜 시간에 어디론가 길을 재촉하는 직원분, 아니 어디가세요.
[지금 배달가요!]
자리 비우기가 어려운 시장답게 30%가 배달!
뜨거운 갈치조림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아 상인들이 즐겨찾는 인기 메뉴!
[얼큰하고 아주 좋습니다.]
[맛이 끝내줘요.]
추억의 양은냄비와 진하고 뜨거운 뚝배기 어떤 쪽을 택하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