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베스트

어찌나 힘들었는지 글쎄 살살 목감기 기운이 오던게, 싹 달아나버렸지 뭔가 -_-;

 

암턴, 지난주에 청담동 일식 요리점 '히요리(ひより)'의 카이세키 코스를 먹었다.

히요리는 아주 예전에 미피아체에서 식사 마친 뒤 2차로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와인도 많이 마신 상태였고,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음식물이 차 있을 정도로 배가 부른 상태여서 음식을 거의 못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음식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카이세키 코스로 해서 정식으로 음식을 맛볼 기회가 생겨서 다녀왔다.

 

카이세키료리(かいせきりょり, 會席料理) 라 함은 여러 사람이 단체로 모여 다양한 요리를 각자의 양만큼 서브받아 즐기는 코스 요리를 말한다. "카이세키"라는 발음이 좀 우습게 들리기도 하지만..ㅎㅎ

그리고 같은 발음의 "카이세키(懷石) 요리"도 있는데, 이쪽은 차를 마시거나 할 때 공복감을 달래기 위해 간단하게 내놓는 요리를 말한다고 한다. 주로 절에서 차와 함께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는 요리라고..

 

 

위치는 청담사거리 근처. 청담사거리에서 영동대교 방향으로 20~30미터만 가면 된다.

 

 

입구.

 

 

 

내부 분위기. 다다미방 스럽지만 입식 테이블이다.

 

 

큰 창 밖으로 도산대로가 보인다.

개인 세팅. 토끼가 귀엽네.. 일본에서 파는 병아리빵 상자에 그려진 거랑 비슷하게 생겼다..

응? 병아리빵? 토끼빵? 암턴.. 병아리는 히요코(ひよこ)이고, 가게 이름인 히요리(日和)는 "날씨 좋은 날" 이라는 뜻이란다.

 

오늘의 요리. 조리장이신 이시이 후미요시씨가 직접 한글로 하나하나 쓰신 메뉴다.

조리장 이시이씨는 재한 일본대사관의 요리사로 일하셨다니, '대사각하의 요리사'가 아닌가..ㅎㅎ

 

일단 시원한 맥주로 목을 달래주고.. 이후는 그냥 저렴한 사케로 달린다.

 

 

첫번째. 정식 코스에 들어있는 메뉴는 아니고..

 

도미튀김이다. 도미를 바싹 튀겨서 짭쪼롬달달한 소스에 푹 담궜다.

쫄깃하게 씹는 맛이 괜찮다.

 

첫번째 코스. 연어사라다, 새우, 송이, 은행 등등..

 

요 은행나무 잎 모양으로 썰어둔 것은 고구마다.

 

새우와 연어사라다.

 

앵두 모양으로 만들어둔 은행

 

요 그릴 아래에는 자갈들이 들어있는데, 난 뜨겁게 달궈서 나온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만져보니 차갑더라는... 응??

 

두번째 메뉴. 부리(방어) 샤브샤브.

 

참 이쁘게도 담아온다^^

 

확 풀러보면, 각종 야채들을 감싸고 있던 것은.. 바로 무.

 

나름대로 프리젠테이션에 신경써서 넣어줬다.. ㅋㅋ

 

그리고 부리 사시미를 한조각씩 살짝 담궈서..

 

이렇게 폰즈소스에 찍어 먹는다.

사시미도 좋지만 이렇게 익혀 먹어도 맛이 괜찮다.

 

세번째 코스.

참치, 광어, 도미샐러드 사시미.

 

이건 참치와 광어. 숙성을 상당히 오래 시킨 듯 하다.

광어는 찰진 맛이 좋았지만 참치 아까미는 약간 비릿한 냄새가 강해져서 아쉽.

 

주전자 안에 뭐가 들었을까 궁금했는데.. 빈주전자.. ^^

 

그리고 도미 샐러드 사시미.

 

빨간 것은 고추장이고, 올리브색의 것은 '유즈코쇼'라고 유자 껍질과 풋고추를 이용해 만든 소스이다.

 

아까 광어와 참치가 놓여있던 주전자 뚜껑이 그냥 무를 썰어놓은 건 줄 알았는데, 자세히보니...

 

아.. 무를 이렇게 얇게 썰어서 말아둔 것이다. 중간에 당근도....

흐미..... 이거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쓸데없다고 해야 할지... ;;;;

암턴 이날 가장 인상적인 프리젠테이션이었다는... (아마 기계를 쓸 것 같긴 하지만서도..)

 

땡기면 이렇게 줄줄 계속 풀어진다..

 

다음. 뚜껑이 덮인 후따모노가 나온다.

 

버섯굴소스 전복 붕장어(아나고) 두부 생강

 

 

버섯굴소스에 튀긴 두부와 아나고, 전복을 넣어뒀다.

그리고 생강 간 것을 위에 살짝.

 

한국산 소고기 등심 성게알 와사비소스 아스파라 토마토 가지....

(요리 이름이 거의 재료의 나열 수준..ㅋㅋ 일본분이 쓰신거라니 이해를..)

 

아.. 성게알 와사비소스. 성게알이 꽤 많이 들었던 듯 성게알의 풍미가 확실히 살아있긴 했지만..

뭔가 퓨전스러운 메뉴다.. (아까의 버섯굴소스.. 도 그랬지만)

 

소스는 맛있긴 하더라.

 

그다음 마지막 메인인 죽이 나오면서 같이 나온 절임반찬(츠케모노)들.

 

빨간것은 타쿠앙과 우메보시? 몇가지를 섞어서 뭉쳐놓은것이고, 빨간 것은 당근. 하얀것은

비싼단무지(벳타라즈케)인 듯

 

4인당 하나씩 나온 킹크랩 죽

개운한 미소 베이스의 국물에, 킹크랩 살도 실하게 들어있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식기로 교환.

 

집에서 직접 만드신다는 블루베리 치즈케익..

카이세키 답게 과일 정도를 기대했지만..;;

 

얼마전에 롯데호텔 30층의 '모모야마'에 인당 30만원짜리 카이세키 코스가 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이곳 역시 가격은 만만치 않다. 위의 카이세키 코스가 인당 12만원. 먹는 동안이야 뭐 생각없이 좋았지만, 다 먹고 나니

살짝쿵 아쉬움이 남는다. 음식의 맛이나 정성보다는 양때문에-_-;;  코스에 한두가지 정도의 요리가 추가되거나

뭔가 강렬한 인상을 줄만한 뭔가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정도라면 차라리 단품으로 원하는 요리를 즐기는 쪽이 더 나은 듯 하다.

 

일본 여행을 몇번 가보긴 했지만 료칸에 묵어본 적이 없는지라 료칸에서 맛보는 카이세키 요리는 또 어떨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