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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고기만큼 실속 있는 육류도 드물다. 비슷한 양의 다른 고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게다가 오리고기는 옛날부터 약용으로 써왔다. 동물성 기름 걱정에서도 비켜나있다. 오리고기의 이로운 성분과 작용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고 넘친다. 한마디로 오리고기는 다른 고기보다 저렴하면서 몸에 좋다. 그런데 오리고기 특유의 냄새가 사람들의 접근을 쉽지 않게 한다. 하지만 어떻게 기르고 조리하느냐에 따라서 오리고기의 이런 편견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오리고기라고 모두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


<오리몽>의 주인장은 원래 오리고기 유통업에 종사했으나 갈수록 늘어나는 소비량에 직접 오리고기 전문점을 차렸다. 그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키우고 배송하고 도축하고 유통시킨 오리고기에서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양질의 생오리는 특별히 제취 재료를 넣지 않아도 도압 후 1~2일 안에 조리하면 그다지 냄새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양질의 오리고기도 시간이 지나 핏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리를 키우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히거나 발육과정에 문제가 생긴 오리를 현장에선 '파오리'라고 한다. 파오리는 도축하면 냄새가 많이 나며, 가격이 쌀 때 대량으로 구매해서 냉동시켰다가 해동시킨 오리 역시 냄새가 나는데, 육즙이 빠져나가 맛도 적다. 이런 오리는 원가가 낮아 일선 식당에서 선호한다는 것. 이렇게 냄새를 없애려다 보니 강한 제취 재료를 가미한 요리나 훈제 오리가 시중에 많이 나오게 되었다. 훈제 오리는 훈향이 너무 강하다 보니 오리 본연의 맛을 가려버린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조리한 오리고기 맛을 보여주고 싶은 게 설씨가 오리 전문점을 차린 이유 중 하나다.

이 집 오리고기는 전북 정읍의 계약 농장에서 매일 도압 후 바로 직송한 것으로, 가격이 비싸더라도 전문가의 안목으로 좋은 오리만 고른다. 특히 몸무게도 이른바 '로열 중량'이라고 부르는 2.2~2.5kg의 오리만 쓴다. 이 중량보다 무거운 오리는 육질이 질기고, 가벼운 오리는 살이 없다. 또한 오리도 수컷보다는 암컷이 맛이 좋은데 이 중량대의 오리가 암컷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 집에 들어서면 유리 상자 안에 작은 항아리를 쌓아놓은 이색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항아리 안에는 인삼을 비롯해 각종 천연재료로 재놓은 오리고기가 들어있다. 그날그날 들어온 양질의 오리고기를 더 나은 육질로 개량하기 위해 24시간 숙성시키는 항아리 숙성실이다. 오리고기는 이 공간을 통과해야 손님 상에 오를 수 있다.

1타3피! 한 번에 석쇠불고기, 양념불고기, 샤브샤브의 맛


신선한 오리고기로 만들어 모든 메뉴들이 흠잡을 곳이 없다. 그 중 세가지 메뉴가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래서 아예 이 집에서도 세 가지를 세트메뉴(4인 기준, 5만8000원)로 묶어 판매한다. 세 가지 메뉴는 '3번 세트메뉴'로 불리는데 오리초벌석쇠불고기(600g), 오리탕미나리샤브, 오리불고기(500g)로 구성했다. 테이블 위에 푸짐하게 펼쳐진 오리고기가 보기만해도 배부르다.

이 메뉴는 부담스럽지 않는 가격에 세 가지 오리 요리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사실 네 명이 삼겹살을 먹어도 충분히 먹으려면 이 가격으론 어림없다. 오리초벌석쇠불고기는 주방에서 미리 직화에 초벌로 구워 내온다. 초벌구이 오리고기에 부추, 미나리, 팽이버섯, 느타리버섯이 들어갔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불맛의 오리고기와 식물성 식재료 씹는 맛이 그만이다. 여기에 생마늘을 더 넣어 구우면 담백함이 더해 한결 잘 넘어간다.

오리불고기(500g)는 고추장 소스에 잰 오리고기에 미나리, 참나물, 대파, 팽이버섯을 넣고 불판에 익혔다. 고추장소스로 맛을 내 매콤하다. 너무 매콤하다고 느껴지면 육수를 넣어 입맛에 맞게 조절해가면서 먹는다. 이 육수는 새우, 꽃게, 다시마 등 해물로 국물을 낸 것이어서 뒷맛이 깔끔하다.

오리탕미나리샤브는 얼핏 보면 보신탕 같다. 그런데 그 맛을 보면 더욱 보신탕 같다. 오리 뼈를 48시간 푹 고아 국물을 냈다. 누린내나 잡내는 전혀 없다. 진득한 국물에 충분히 넣은 들깨,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에 푸짐한 미나리 향은 술꾼들에겐 최고의 안줏감이다. 입에만 좋은 게 아니라 몸에도 좋은 재료들이다. 국물은 마시고 마셔도 또 마시고 싶어진다.

3인이 와서 주문하는 경우, 요리의 양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한 가지는 취소시켜도 된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밥 생각이 나면 볶음밥(2000원)을 주문해도 좋다. 김 가루, 미나리, 날치 알과 함께 밥을 넣고 볶아준다. 다 볶음밥을 먹을 때 입 안에서 터지는 날치 알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세 가지 요리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것은 이 집에서 개발했다는 3way roaster(3구식 로스터) 덕분이다. 가운데 샤브샤브용 화구가 있고 양 옆으로 철판구이용 화구가 있다. 주인장 설씨가 술 마시면서 구이 안주도 먹고 동시에 국물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개발했다고.

오리초벌석쇠불고기는 어린이나 여성들 입맛에도 잘 맞는다. 오리불고기는 매콤한 맛으로 젊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연령과 성별 구성이 다양한 가족 모임이나 직장 회식 메뉴로도 손색이 없다. 유아들을 위한 놀이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전주 5대 농산물 미나리와 만난 오리


특히 오리탕미나리샤브에는 미나리를 아주 푸짐하게 넣었다. 전주 전미동에서 미나리 농사를 짓는 주인장의 사촌이 미나리를 공급해준다. 전미동 미나리는 깨끗한 물과 유기질 퇴비 등으로 재배해 예부터 전주5대 농산물이자 전주팔미(全州八味)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미나리는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의 산성화를 막아준다. 간의 활동을 도와 원기회복과 숙취해소에도 탁월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 식재료다. 이 집에는 셀프 바가 있어 미나리를 비롯해 각종 반찬과 채소를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넓고 여유 있는 공간 배치, 연통 없는 구이기, 깔끔하게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내부 장식, 오리 고깃집도 차츰 쾌적한 실내를 향해 진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단순히 고기 맛뿐 아니라 오리 고기를 둘러싼 모든 종사자의 의식도 높아지는 날, 오리도 날 것이다. 그것이 오리의 꿈이자 이 집 주인장의 꿈이기도 하다.
<오리몽>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449-6 2층 전화: 042-636-5292

기고= 글, 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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