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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체험기]식품 관련 플라스틱 제품 사용하지 않기 |
글쓴이: 만남 | 날짜: 2010-02-13 |
조회: 4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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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에 대한 불신 또한 커져만 가고 있다. 식약청에서는 "플라스틱 용기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지만, 주부들은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식품 관련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기자가 그 불편한 삶을 한 달 동안 살아봤다.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플라스틱(합성수지)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신발, 볼펜, 칫솔, 화장품 케이스, 비닐봉투, 의류(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등의 합성섬유), 식기, 물병…. 플라스틱 제품 없이 살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은 항상 환경호르몬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환경호르몬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다. 어떤 플라스틱은 안전하고, 어떤 플라스틱은 안 된다고 한다. 어딘가 찜찜한 플라스틱. 한 달 동안 플라스틱 사용을 멀리하면서 그 대체품들을 찾아보았다. 단, 식품 관련 플라스틱에 한한다.
종이컵도 플라스틱?
종이컵이 정말 종이로만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가? 생각해보자. 종이는 물에 젖는다. 그런데 종이컵은 멀쩡하다. 내부가 플라스틱의 일종인 PE(폴리에틸렌)로 코팅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유 팩도 마찬가지다.
지인 중 환경에 꽤 예민한 사람이 있다. 숯 마니아였는데, 숯을 장식용으로 쓰는 것은 물론 식용 숯을 구해 먹기도 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그는 하루에 한 번씩 외부로 나가 카페라테를 사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낸 지 딱 일주일, 몸에 변화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거웠고 예전과 달리 힘들었다고 했다. 달라진 건 카페라테를 마신 것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커피숍의 카페라테 제조방식은 우유를 종이컵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데운 다음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하는 거였다. 그의 건강 이상 증세의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다만 그 가게의 카페라테를 끊었더니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는 거다.
일상생활에서 종이컵을 피하기란 정말 힘들다. 커피 전문점에 가면 주문시 반드시 머그에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머그를 요청할 때마다 유별난 손님으로 바라보거나,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손님들 중에는 머그의 청결에 대해서 불신감을 갖고 있어 매장에서 일부러 종이컵을 사용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추운 겨울날, 테이크아웃한 커피나 핫초콜릿은 얼마나 따뜻한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상, 나에게는 꿈이었다.
종이컵은 회사에서 가장 자주 쓰는 물품 중 하나다. 컵을 일일이 씻기 귀찮기 때문에 항상 대량의 종이컵을 구비해놓는다.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컵을 씻어야 했다.
인스턴트 음식 패키지는 대부분 플라스틱
원고 마감 때는 평소보다 더 많은 간식이나 음식을 먹게 된다. 주 메뉴는 컵라면, 우유, 요구르트, 소시지, 과자, 냉동식품, 인스턴트 죽 등이다. 주로 편의점에서 구입하며 간편하게 먹고 버릴 수 있는 것이 특징. 그런데 대부분의 음식이 플라스틱과 연관이 있다. 컵라면의 용기인 스티로폼은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발포스티로폼의 원료인 스틸렌은 발암성이 있는 환경호르몬이고, 특히 뜨거운 온도와 뜨거운 기름을 부으면 용출되기 쉽다. 컵라면 패키지에도 금지 표시가 되어 있듯이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넣는 행위는 환경호르몬을 먹겠다고 작정한 것과 같다.
인스턴트 죽이나 냉동 만두 등은 모두 전자레인지를 이용한다. 이 역시 위험하다. 우유나 요구르트, 소시지의 패키지에도 모두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니 야식으로 먹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대신 귤이나 바나나, 과자 따위의 간식으로 이번 마감을 겨우 이겨냈다. 물론 유혹도 있었다. 자장 컵라면을 본 순간 뜨거운 물을 부었고, 4분이라는 지루한 시간을 기다렸다. 아무 일이 없었으면 아마 먹었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순간 어렵게 쓴 두 페이지 기사 파일이 날아갔고, 즉시 입맛이 떨어져 먹지 못했다(대신 옆자리의 Y 기자가 해결했다).
랩이나 비닐 백은 종이 포일로
몇 년 전 랩의 유해성으로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그 이후에는 웬만하면 랩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불편함도 별로 없었다. 비닐 백이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비닐 백은 남은 음식을 넣어 밀봉해 보관할 수도 있었고, 음식을 보관하거나 처리할 때도 그렇게 유용할 수 없었다.
특히 나에게는 필수품이었다. 매일 밥을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해주는 고마운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주말에 한번에 많은 양의 밥을 한 뒤, 한 끼 분량씩 나누어 비닐 백에 담는다. 밥이 식으면 묶어서 냉동고에 넣어둔 뒤 필요할 때마다 비닐 백째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워 먹는 것이다.
플라스틱 안 쓰기 체험을 하면서 가장 난감한 것이 이 부분이었다. 매 끼니마다 밥을 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환경 종이 포일'이라는 제품을 발견했다. 두꺼운 거름종이 같이 생긴 종이인데, 내구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종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황산지 위에 양면 실리콘 코팅이 되어 있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비닐 백 대신 종이 포일을 사용하기로 했다. 우선 밥을 한 뒤 종이 포일을 여러 장 적당히 잘라놓는다. 역시 한 번 먹을 양만큼 종이에 던 후 밥을 완전히 싼다. 밥이 끈적거리고 종이는 질기기 때문에 포장은 생각보다 잘 된다. 밥이 식은 후 그 상태로 냉동고에 넣는다. 마찬가지로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그대로 해동시켜 먹으면 된다.
이 종이 포일의 쓰임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생선을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구울 때도 사용할 수 있고, 만두나 떡을 찔 때도 좋다.
플라스틱 무선 주전자의 퇴출
항상 찜찜했다. 플라스틱 제품에 물을 끓여 먹는다는 사실이. 가볍고 간편하고 빠른 시간에 물이 끓는다는 점 때문에 이제는 각 가정의 필수품처럼 되어버린 플라스틱 무선 전기주전자. 물론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가끔 물에서 플라스틱 냄새가 날 때는 왠지 기분 나쁜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에 안전한 재질의 주전자로 바꾸기로 했다.
이러한 흐름을 따르는지 요즘에는 각 브랜드에서 금속이나 유리로 된 무선 주전자를 많이 출시하고 있다. 금속이나 유리로 된 무선 주전자는 빠른 시간에 데워진다. 사용하기가 간편하다는 점은 플라스틱 주전자와 같지만 훨씬 무겁다.
금속 주전자에는 내용물의 양을 파악하기 위해 플라스틱 창이 달려 있다. 플라스틱 창에도 뜨거운 물이 닿는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안이 환하게 보이는 유리 주전자는 플라스틱 창 따위는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유리 주전자는 아예 '환경호르몬 걱정 해소'라는 문구를 제일 앞에 내세우고 있었다. 무게는 금속 주전자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나가는 편이다. 내구성 면에서는 금속 주전자의 편을 들고 싶지만, 완전히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리 주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체험을 마치며…
플라스틱은 편리하다. 종이컵, 인스턴트 음식, 비닐 백, 무선 전기주전자 등은 우리의 삶을 훨씬 간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일단 익숙해지면 빠져나오기가 힘들 정도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따지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인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확실히 인생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다. 편리함에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환경호르몬이란?
체내에 들어와 인체의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함으로써 인체를 교란시켜 호르몬의 양을 변화시키는 일종의 화학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은 생체 내에서 흔히 여성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과 같은 작용을 한다.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의 종류
■PP(폴리프로필렌)
가장 쓰임이 많다. 압출, 블로우성형, 사출성형, 압축성향, 진공성형이 가능하다. 섬유, 필름 또는 다양한 색상이나 투명한 폼으로 만들 수 있다. 주로 용도는 포장지와 같은 필름 형태로 사용된다. PE보다는 유연해지는 온도가 높다. 맥주상자, 콜라상자, 쓰레기통, 파이프 등에 쓰인다.
■PC(폴리카보네이트)
내광성, 내열성이 우수하고, 투명하고, 견고하며 충격에 강하다. 대형 식수통이나 전자제품 케이스나 플라스틱 유리 등에 쓰인다.
■ PE(폴리에틸렌) 두 가지 타입이 있다.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and HDPE (고밀도 폴리에틸렌). 두 가지 모두 필름이나 병에 쓰인다. HDPE가 좀더 견고하다. 폴리에틸렌은 냉동식품과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 플라스틱 건강하게 사용하기
환경호르몬 때문에 규제받는 대상은 PS와 PVC다. 또 PC는 소재가 열을 받으면 '비스페놀 A'라는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 PC는 아기 젖병, 물통, 선글라스, 헤어드라이어, 선풍기 부품 등 아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비스페놀 A'는 또한 캔 내부 코팅제, 병마개, 수도관 내장 코팅제로도 쓰이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할 때는 내열 제품일지라도 되도록이면 뜨거운 물과 뜨겁고 기름진 음식을 담지 말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아이들이 물고 빨 수 있는 장난감의 경우에도 플라스틱 재질은 피해야 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세척할 때 거친 수세미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성분이 음식에 녹아날 수 있으므로 부드러운 수세미를 사용한다. 추운 날 간편하게 이용하는 편의점 온장고 속 따끈한 커피도 피하는 게 좋다. 통조림 캔에 흠집이 났을 경우에도 환경호르몬 유출 가능성이 있으니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즉석 밥, 즉석 죽, 3분 요리 등 인스턴트 음식을 집에서 먹을 경우에는 용기를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하지 말고 사기그릇이나 내열유리 그릇에 담아 데우는 것이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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