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란 쉽게 말하면 종을 넘어서 유전자를 섞어버리는 것이다. 어류의 유전자를 토마토에 이식하는 식. 사실 유전자 조작의 인공적인 성질 자체는 위험하지 않다. 위험한 것은 예측 불가능성. 유전자가 조합되는 방식이 불명확한데다 외부 유전자가 생명체 안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 유전자 조작이 기존 식물 육종법 같은 농업 연구의 연장선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성생식에서는 두 식물 사이에서 같은 유전자의 대립형질들이 교환된다. 같은 유전자의 대립형질 교환을 통해 생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제한적인 변이가 가능하고 여기서 생물학적 다양성이 생겨난다. 그러나 유전공학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종끼리 유전자 이동을 하는 것인 만큼 생각지 못했던 무한한 경우의 수를 지니는 셈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GMO 기법은 아그로박테리움법이다.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원하는 DNA 단편을 다른 생물체에 집어넣는 기술로, 아그로박테리아처럼 스스로 식물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입자총법은 입자를 쏠 수 있는 총을 쓰는 방법으로, 금이나 텅스텐의 미세한 금속 입자로 원하는 유전자를 코팅한 후 원하는 식물 세포에 쏜다.
위험성 1 병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안 듣는다
최초의 GMO 상품이라 불리는 토마토가 있다. 『먹지 마세요 GMO』에 따르면 예전 미국에서는 칼젠사에서 상업적으로 내놓은 ‘플레이버 세이버’ 유전자 조작 토마토. 그 안에는 항생제 카나마이신과 네오마이신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가 들어 있었다. 이걸 먹으면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셈. 또 GMO 작물의 상당수는 보통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제초제를 이겨내거나 혹은 자신의 세포 내부에 살충제를 포함하도록 조작되어 있다. 이렇게 항생제 내성이 생기게 만드는 항생제 유전자가 들어 있으니 GMO 음식을 먹다 보면 인간이 박테리아 감염과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년 6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한다.
위험성 2 각종 병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GMO 작물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1999년 로웨트 연구소 소속 과학자인 아르패드 퍼스차이는 쥐에게 유전자 조작 감자를 먹였다. 10일이 지난 뒤 쥐들은 면역 체계가 약해지거나 심장, 간, 신장, 뇌 등의 발달에 변화가 생겼다. 몬산토사 자체에서도 GMO 옥수수인 MON863 종자에 대한 실험 결과 쥐의 콩팥이 작아지거나 혈액 성분에 변이가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GMO 작물은 영양도 기존 작물보다 부족하다. 1999년 윤리와 독극물 센터 CETOS에서는 몬산토사가 개발한 유전자 조작 콩의 안전성에 대한 실험을 행했다. 검사 결과 몬산토사가 개발한 라운드업 레디 콩에는 피토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식물성 여성호르몬이 보통 콩에 비해 12~14%가 적게 들어 있었다. 이 호르몬은 심장질환·골다공증·유방암 예방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인도의 양과 염소가 GMO 면화를 먹고 죽어간다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여기에 놀란 전분당협회는 바로 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과 관련해 반론 공문을 보냈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많은 소, 돼지, 닭이 GMO 옥수수나 콩을 사료로 먹고 있지만 괴사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그러나 미국이 소, 돼지를 기르는 이유와 인도가 양, 염소를 기르는 이유가 다르다. 미국의 소, 돼지는 성장촉진제를 먹고 빨리 자라서 도살장으로 향한다. 따라서 증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죽게 되니 절대 미국 소, 돼지들이 GMO 사료를 먹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미국과 한국, GMO 현주소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 식품을 별도로 표시할 의무가 없다. 그저 눈으로 보아서는 어떤 것이 유전자 조작 식품인지 아닌지를 구별 못한다. 미국의 우유만 봐도 미국이 얼마나 GMO 산업에 대해 관대한지 알 수 있다. 훨씬 많은 양의 우유가 나오는 젖소, 매력적이다. 이 젖소는 재조합형 보빈 성장호르몬 또는 보빈소마토트로핀은 젖소가 더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하도록 만드는 유전자 조작 호르몬을 통해 만들어낸다. 유방의 감염으로 인한 고름 및 그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한 항생제다. 이것은 인간의 유방암이나 위암의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GMO 젖소 우유가 인체에 무해한지 알아내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여러 번 실험했더니 쥐의 면역 체계를 손상시키고 갑상선과 전립선에 낭종을 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 GMO 우유는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우유뿐만 아니다. 1997년 『뉴욕타임스』는 아이오와주의 페어필드에 본사를 둔 지네틱사에 의뢰해 몇 가지 식품에 유전자 조작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콩을 주성분으로 한 이유식 4종류와 콩이나 옥수수가 들어 있는 다른 8개 제품 속에 GMO가 포함되어 있었다. 도리토스 등 한국 사람에게 친숙한 유명 스낵들도 역시 양성반응.
우리나라는 현재 GMO를 재배하지는 않고 식용, 가공용, 사료용으로 수입만 한다.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저자인 김은진 연구원은 그래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예전 황우석 박사가 거의 국가적 영웅 취급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생명공학 강국을 목표로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도 한국의 GMO에 관한 기술은 선진국의 85% 정도로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안전성 평가 기술은 선진국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니 GMO 수입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앞에서 언급한 쥐의 콩팥을 작게 만든 몬산토사의 GMO 옥수수는 2003년 국내 수입이 승인되었다. 김은진 연구원이 식약청에 문의한 결과 수입 승인 과정에서 자료로도 참고했다고 한다. 콩팥이 작아진다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식약청의 입장. 그러나 임신부는 2개의 콩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임신했을 때 태아의 노폐물까지 걸러낼 수가 없다. 단산 전인 여성이 콩팥을 기증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GMO 표시제에도 맹점이 많다. 실제 소비자들에겐 GMO 표시가 낯설다. 발견하기도 쉽지가 않다. 2008년 2월 식약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7월 표시제 시행 이후 5년간 조사한 결과 대상 식품 4천5백21건 중 1천70건에서 검출되었는데 대부분이 3% 이내였고 단 5건이 표시 위반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만 모르고 있을 뿐 3% 미만으로 함유된 GMO 식품을 꾸준히 먹어왔을지도 모른다. 이건 우리나라가 비의도적 혼입률을 3%로 잡았기 때문. 일반 농산물 1백 개 속에 GMO 농산물이 3개 이하로 섞여 있을 경우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다. EU는 0.9%, 호주와 뉴질랜드는 1%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0.5%까지 GMO 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농림부는 3%의 비의도적 혼입률을 1%까지 낮추겠다고 자체 법규에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 압력이 문제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앞으로 GMO에 관한 제도를 바꿀 경우에는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는 이면 합의까지 했으니 기술이 있어도 낮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우리는 3% 미만의 GMO 가능성에는 항상 노출될 수밖에.
제조 가공 중에 고도로 정제하여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과학 기술로는 DNA가 파괴된 이후에 GMO 여부를 검사할 방법이 없기 때문. 그런데 시중에서 볼 수 있는 GMO 식품 대부분은 이 예외에 들어간다. 우선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를 재료로 한 식용유도 GMO. 시중의 간장도 거의 수입산 콩인데 표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 대부분 GMO 콩을 쓰고 있다고 한다. 전분에서 추출한 당류, 특히 포도당과 과당 등도 그렇다. 또한 맥주 등 주류를 주정할 때 당화를 촉진하는 데 쓰는 첨가물이나 과일 주스나 포도주의 양을 늘리기 위한 첨가물도 마찬가지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우리 생활에서 GMO는 너무나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인 우리의 대처
두 책의 저자 모두 유기농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이때 노하우. ‘내추럴’ 혹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 등 애매한 문구가 표시된 식품은 사지 말 것. 생활협동조합이나 구매 클럽, 농민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를 이용하라. 『먹지 마세요 GMO』의 저자는 식탁에 올리고 싶지만 가까운 곳에서 유기농으로 구할 수 없는 식품은 길러볼 것을 추천. 국내의 경우 생협이나 한살림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김은진은 발아식품 이용을 권했다. 잡곡을 검사하면 잔류 농약이 나오곤 하는데 잡곡이 발아하면 잔류 농약이 거의 0에 가까워진다고. 발아하면서 자체 정화 능력이 생겨나는 셈. 농촌진흥청 연구기관 자료에 따르면 사과는 껍질째 먹어야 한단다. 껍질에 농약 등의 물질을 해독할 수 있는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
밥상의 안전지수를 높이기 위한 책
유전공학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해 과학자, 의사, 활동가들이 함께 만든 ‘책임 있는 유전학위원회’ 의장인 마틴 티틀과 ‘생명공학 기술의 상업화와 환경’ 프로그램 디렉터인 킴벌리 윌슨이 공동 저자인 『먹지 마세요 GMO』(미지북스/1만2천원), 한국유전자조작식품반대 생명운동연대 사무국장으로 GMO 반대 운동에 열성적인 김은진 연구원이 쓴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도솔/1만3천원). GMO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두 책들의 진수만 뽑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