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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셰프 윤정진 묵요리 |
글쓴이: 완두콩 | 날짜: 2014-03-23 |
조회: 4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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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셰프 윤정진 묵요리
할아버지는 황해도 분이셨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한 황해도 음식이 익숙했지요. 특히 묵을 많이 먹었어요. 추석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주운 도토리를 곱게 빻아 물과 함께 커다란 솥에 넣고 끓이셨어요.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 몽글몽글하게 덩어리가 지기 시작하면 더 빠른 속도로 저었죠. 눈 깜짝할 사이에 뭉근해지는 도토리묵은 매년 봐도 신기했고 할아버지가 대단한 요리사 같았어요. 빨리 먹고 싶다고 보채는 제게 급한 마음에 빨리 식히면 쉽게 부서져버린다며 뚜껑을 덮고 20~30분간 천천히 뜸을 잘 들이셨죠. 고춧가루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놓을 수 없는 제사상에 큼직한 묵 한 덩이가 먼저 올라갑니다. 드디어 추석날 아침상에 오른 묵요리. 살살 버무린 묵무침과 뜨끈한 멸치국물에 말아낸 묵밥은 저의 추석에서는 빠질 수 없는 음식이었죠. 기를 쓰고 젓가락질을 해도 안 잡히고 겨우 잡으면 입 바로 앞에서 미꾸라지처럼 도망가고…. 한 점을 먹기까지 꽤 실랑이를 해야 하던 탱탱한 묵. 쫀쫀하게 차지면서도 입에서 녹아버리는 그 맛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먹어도 먹어도 더 먹고 싶은 묵무침과 숟가락, 젓가락 없이 양손으로 감싸 사발째 후루룩 마시면 입안 가득 채워지던 묵밥, 그 소박한 음식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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