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을 가든 토박이보다 그곳을 더 잘 아는 외지인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암사 앞 '길상식당'에서 점심 먹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은 박정은(20), 이상민(21)씨와 말을 트게 됐다. 순천대 농업교육과와 경제학과를 각각 다니는 두 사람은 순천 생활이 3년째. 맛있는 음식 찾아 먹기가 취미라는 두 사람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푸짐하고 맛있어서 순천 토박이들은 물론 '순대(순천대의 줄임)' 학생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맛집을 소개했다. 물론 기자가 직접 찾아가 맛을 검증했다. 순천 번화가인 중앙동 연자로 맞은편 '문화의 거리'와 그 주변에 주로 있다. '가로수길' '한방카페 정(情)' 등 괜찮은 찻집도 많고 골동품점, 화랑도 있는 길이다.
◆현빈네: 4호점까지 낸 순천 주점(酒店)계 강자. 버스터미널 근처 아랫장(2·7일장)에 본점이 있다. 해물파전(6000원)이 괜찮다기에 순천쌀로만 만든 '나우누리' 막걸리(3000원)와 함께 주문했다. 남도 사람들, 역시 맛을 안다. 얇고 바삭하다. 속이 촉촉하지만 질지 않다. 돼지족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마늘과 함께 끓인 국물에 떡국 떡을 듬뿍 넣은 돈족탕(1만4000원)은 다른 지방에서 보기 힘든 메뉴. 술안주로는 물론이고 든든하니 식사로도 훌륭하다. "동생도 취해버링게 말이 솔찮이 많구만" 같은, 구수한 남도 사투리 '안주'가 옆 테이블에서 덤으로 나온다. (061)743-3367
◆양지쌈밥: 주꾸미쌈밥(8000원), 정어리쌈밥(7000원), 돼지고기쌈밥(7000원) 등 다양한 요리가 푸짐한 쌈거리 채소와 함께 나오는 쌈밥 전문점. 점심이건 저녁이건 일찌감치 가지 않으면 자리 차지하기 어렵다. 행동 103-4 (061)752-9936
◆동경낙지: 낙지전골(8000원)이 무식하게 맵지 않고 맛 균형이 좋다. 양념이 풀어지면서 뽀얀 국물이 곧 얼큰한 붉은색으로 바뀌길 잠시 기다리시라. 푸짐하다. 특이하게 당면사리(2000원)를 넣어 먹는다. 행동 91-1 (061)755-4910
◆장안식당: 일요일 늦은 밤인데도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정육점과 식당이 붙어 있다. 얼리지 않은 생고기 육질이 탁월하고 비계가 고소하다.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 모두 1인분 1만원. 점심에만 내는 김치찌개(6000원)는 얼큰 시원하다. 금곡동 167-3 (061)752-2151
◆춘천명문닭갈비: 언제 가건 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입장 가능하다. 1인분 6000원. 행동 44-1 (061)751-3262
◆여기도: 전국적으로 첫손 꼽히는 한정식집 '대원식당'(한정식 4인분 점심 8만원, 저녁 10만원·061-744-0309), 돼지고기김치찜을 중심으로 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 '쌍암기사식당'(백반 7000원·061-754-5027)과 '진일기사식당'(백반 7000원·061-754-5320), 선운사 앞 '길상식당'(산채비빔밥 7000원, 산채정식 1만2000원·061-754-5599), 뼈 없이 살코기로만 만드는 떡갈비를 내는 '금빈회관'(한우떡갈비한정식 3만원, 돼지떡갈비한정식 1만2000원·061-744-5553), 남도 한정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흥덕식당'(백반 6000원, 정식 1만원·061-744-9208)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오래된 순천의 맛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