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pool Bar and Grill
오래 전부터 같이 일하는 줄리안이 크라운 컴플렉스에 있는 ‘락풀 바 앤 그릴(ROCKPOOL BAR & GRILL)’을 가보라고 하기에, 알았어, 갈거야란 답만 수 개월을 날리고 있었다. 줄리안은 나름대로 미식가인데, 스테이크 하면 어디가 좋고, 락사(laksa)를 먹고 싶다고 하면 어디를 가라 알려주는 가이드라 할 수 있을 만큼, 레스토랑 쉐프 출신답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 확실한 곳을 알려주므로 그가 말한 곳은 그냥 가면 굿(GOOD)이었다.
솔직히, 너무 가고 싶던 락풀 이 곳은 스테이크가 끝내주는 곳을 명성이 자자하다. 닐 페리라는 인기 쉐프의 이름을 빌어 운영하는 곳으로 이미 시드니에서 성공, 멜번 크라운에 2호점이 생긴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청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는 절대 갈 수도 없을 뿐더러, 가격 또한 만만치 않으니, 주변의 친구들의 금전사정은 뻔하고, 불행히(?) 그들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으니, 혼자서도 밥 잘먹는 알렉스도 이 곳에서만큼은 왠지 정식을 지키고 싶었던 거다. 여하간, 줄리안의 추천은 햄버거!
다른 것들은 가격만 너무 비싸고 그에 비해 맛은 별로지만, 햄버거 만큼은 꼭 먹어야 한다나? 햄버거나 피자 팬이 아닌 나로서는 조금, 뜬금없다 싶었으나, 요즘 갑자기 피자와 햄버거가 좋아지는 바람에, 드디어 동행인을 필살기로 구했네. -_-;;;
햄버거는 정식이라기 보다 스낵쪽에 가까워, 레스토랑과 바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던 락풀에 들어서자, 바(BAR)로 향했다.
이 곳은 따로 예약할 필요가 없어 더욱 편리했다. 단, 주말 점심은 락풀 전체가 문을 열지 않는다.
자, 친구와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바로 버거를 시켰다. 나는 목이 너무 말라, 라즈베리 주스와 함께 주문했다.
스태프들은 남녀할 것 없이 흰색 자켓을 걸치고, 꽤나 정중해 보이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능숙한 솜씨는 아니었지만, 레스토랑의 컨셉을 한눈에 보여주는 몇가지 척도 가운데, 직원들의 유니폼과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세팅을 하고, 버터가 든 접시, 빵을 내오고, 물을 가져다 줬다.
마침내, 버거 등장!
그들만의 레시피로 직접 고기를 갈고, 양념하고 구워서 두툼하게 제공된 패티를 보니, 무척 흥분되었다. 속에 들어간 재료들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소스는 분명 다를 것이었다. 무엇보다 햄버거 빵은 좀 기대했지만, 그냥 온도가 잘 맞춰진 보통의 햄버거 빵. 그럼에도, 고기의 수준과 양은 확실히 혀가 먼저 알고 뇌가 이를 분석하여 내보내기를, 알렉스의 얼굴에 완전 미소! 아, 이래서 고메 햄버거에 미치는구나를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앞에 앉은 친구는 이 두꺼운 걸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완전 분해해서 먹더라만, 내가 누구인가?
두손 꽉 지고 야물차게 입 벌려가며 햄버거를 먹는 예절(절대 분리해서 먹지 말 것)을 지켜줬다.
접시 위에, 버거만이 달랑 있었지만, 맛은 접시를 가득 채우고도 남음이었다.
역시 줄리안, 모르는 게 없다.
어떤 양념들과 재료들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멜번에 오면 꼭 먹어보시길.
16달러라는 가격이 절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아, 또 가고 싶지만 연말연시 먹을 게 쌓이다 보니, 이거 다 먹은 다음, 바로 갈 작정이다. 이번엔 누구랑?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