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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동아리 여자 동기들과 홍대에서 만나 수다를 떨었다. 홍대 주민인 친구의 안내로 찾아간 곳은 여행이 테마인 카페 아쿠아. 카페 안을 여기저기 찍기 귀찮아서 일단 좌식 테이블에 앉아서 제일 눈에 띄는 텐트 사진을 한 방. 내가 초등학생일 때, 우리집에서도 여름에 몇 번 안방에 텐트를 친 적이 있어서 반가운 느낌이었다. (아파트니까 마당도 없고, 집 안에 텐트를 쳐서 잠시 피서를 간 기분을 내곤 했다.)
컨셉이 여행이기 때문인지 '셀프 서비스' 메뉴가 몇 개 있다. 텐트 옆에서 휴대용 버너 + 코펠로 직접 끓여야 하는 '라면'이 3천원, 직접 깎아 먹어야 하는 '과일 한 바구니'는 1만원. 계절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요즘은 사과, 키위, 참외, 포도, 바나나를 주더라.
학생 때 MT를 가면 식사 준비는 다 남자들이 하긴 했지만, 왜 여기서도 자연스럽게 내가 라면을 끓여야 하는 건지...-_-; 아무튼 식사를 못 하고 나온 친구를 위해, 자발적이라기엔 계속 투덜거리면서 내가 라면을 끓였는데 결국 물조절에 실패, 아주 짠 라면이 되어버렸다. (결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계량컵 없이 평소 사용하던 것과 다른 냄비를 써서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카페에는 종이컵 말고 계량컵을 비치하면 좋겠다.) 다행히 과일 깎는 것까지 시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마 나보고 깎으라고 했으면 그냥 껍질채 먹는게 몸에 좋다고 우겼을 것이다.
굳이 여행 컨셉이 아니더라도 홍대 쪽 카페에는 여행 관련 서적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곳은 확실히 여행 카페라 책들이 다 여행 관련 서적이더라. 친구는 이곳에 동호회에서 단체로 와서 여행 계획을 짜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뭐, 나는 너무나 귀차니스트라 딱히 여행에 대한 의욕이 생기진 않았지만, 어디 여행 계획 가지고 수다 떨 일이 있으면 이런 곳에서 미리 기분을 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