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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의 서울 맛집 이야기 영등포구청역 ‘영광굴비’

글쓴이: 윈디  |  날짜: 2012-01-05 조회: 6345
http://cook.daemon-tools.kr/view.php?category=TUAYJQ%3D%3D&num=EBlGdBM%3D&page=313   복사

매년 칼바람이 불어올 때가 되면 벌교를 간다. 알맹이에 살집이 차오른 꼬막을 먹기 위해서다. 한겨울 잘 삶은 꼬막에 소주 한잔은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다. 알이 꽉 찬 꼬막을 쪽쪽 빨아 먹고 있으면 '이 꼬막을 먹기 위해서라도 내년 한해도 열심히 살자!'라는 의욕이 불끈불끈 솟아오를 정도다. 차진 꼬막은 달다. '달다'라는 표현법은 벌교 현지에서도 쓰고, 우리 같은 음식 기고가들도 사용한다.

 

제철 꼬막이 달고 맛있는 이유는 겨울이 되면 꼬막에 글리코겐의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글리코겐은 해산물 중에서도 조개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중 꼬막이 으뜸이다. 어쨌든 이 달고 차진 꼬막과 각종 매스컴 덕분에 한겨울 벌교에는 관광버스가 줄을 서서 기다린다. 남도를 순례하다 꼬막 한 번 맛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꼬막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모이니, '꼬막의 고장'에서도 꼬막 수량이 부족하다. 덕분에 관광객은 운이 좋거나 현지에 적을 두고 있어야 양질의 꼬막을 먹을 수 있다. 나는 가능한 한 벌교 장날에 맞춰 벌교에 가는데, 운이 좋으면 최상급 꼬막을 만나기도 한다.

 

벌교의 최상급 참꼬막은 여전히 아낙들의 손으로 채취된다. 최근 들어 꼬막의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채취 배가 등장했지만 이렇게 채취한 꼬막은 뻘 배를 밀며 직접 손으로 채취한 꼬막보다 한 수 아래로 친다. 꼬막이 주인공인 벌교 장은 멋진 볼거리다. 걸쭉한 별교 사투리, 흥정하는 전라도 특유의 몸동작, 꼬막을 담을 때 들리는 자갈거리는 소리는 하나가 되어 그 어떤 영화보다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를 자아낸다.






전우치의 서울 맛집 이야기 영등포구청역 ‘영광굴비’

 

꼬막은 삶는 법이 생명이다. 벌교에는 '꼬막 못 삶으면 시집 못 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꼬막은 끓는 물에 촤르르 쏟아 붓고는 국자나 수저를 사용해 한쪽 방향으로 계속 저어준다.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리지 않으면 꼬막을 잘 삶지 못하는 거다. 꼬막을 한쪽 방향으로 저어주는 이유는 꼬막 껍데기를 벗겨 먹을 때, 알맹이와 육즙이 한쪽으로 몰려 익어야 먹기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젓지 않으면 꼬막 알맹이가 양쪽 껍데기에 붙은 채 찢어진다) 끓는 물에 꼬막을 넣고 물이 다시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조금 더 젓고 있으면 드디어 꼬막 하나가 입을 '탁'하고 벌리는데, 바로 이 타이밍에 모든 꼬막을 건져야 한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일명 '오버쿡'으로 취급 받는다. 정확한 타이밍과 기술로 삶은 최상급 참꼬막은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이 불가하다.

이 정도의 감동을 느끼려면 벌교로 직접 가야 하지만 서울에서도 이런 비슷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라도 음식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저렴하게 남도의 겨울 맛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음식점도 꽤 된다. 영등포구청 뒤편에 있는 영광굴비는 굴비정식이 주 메뉴인 집이다. 깔끔한 전라도 찬에 부담 없는 가격의 굴비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광굴비에서는 철마다 남도의 별미를 소개하는데, 겨울이 되면 꼬막을 판매한다. 심지어 제대로 삶는다. 꼬막은 남도의 아낙이 직접 삶아야 한다. 밥도 엄마가 해주는 게 제일 맛있듯 말이다.

이 집은 꼬막 외에도 서대회무침, 병어조림, 낙지볶음 같은 진짜 남도 별미가 꽤 있다. 싱싱한 서대를 두툼하게 썰어 매콤달콤한 양념에 채소와 함께 쓱쓱 무쳐주는 서대회무침에서는 '여수 중앙시장'의 향이 느껴진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풍성한 양념의 병어조림과 양태찌개에서는 '벌교장과 해남장의 맛'이, 걸쭉한 맛의 낙지볶음과 낙지무침에서는 '목포 연안부두의 선술집'이 펼쳐진다. 이 식당은 참 신기하다. 간판은 영광굴비인데도 다양한 별미가 있다. 심지어 그 별미는 남도에서도 각기 다른 지역 요리다. 보통은 한 지역 요리를 중심으로 메뉴가 구성되는데, 이 집은 여러 전문 식당에서 나올 수 있는 맛이 한 주방에서 나온다. 아마도 이곳 주방 아주머니는 남도 곳곳을 무대로 식당 일을 하셨을 게다.

 

어쨌든 좋다. 음식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집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니까. 이 집에 가면 남도 바닷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잔의 소주로도 가슴 뭉클해지는 것이 남도의 바닷바람이요, 남도 갯벌의 맛이다. 눈물을 흘리며 웃고 싶은 날은 이 집으로 가면 된다.

 

TIP 영광굴비 100배 즐기기

● 새꼬막도 맛있다. 여자친구랑 갈 요량이면 참꼬막보다는 새꼬막을 추천한다. 참꼬막에 비해 맛이 가볍고 덜 무겁다. 가격도 싸다.

● 혼자 가면 흥이 덜 하거니와 다 먹지도 못한다. 최소 2명, 추천 인원은 4명이다.

● 오늘 밤 한 번 제대로 먹어 보겠다 싶으면 이 순서를 따르면 된다. 참꼬막, 서대회무침, 수육, 낙지볶음, 병어조림(찌개). 전우치 추천 코스다. 음식 주문 순서를 지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먹어도 4인 기준, 1인당 3만원이면 충분하다. 술값 포함해서.

● 갈치젓갈과 각종 반찬은 테이크 어웨이 가능하다. 물론 선물용 영광굴비 구입도 가능하다.

 

info


메뉴

참꼬막 2만5천원(한 접시), 서대회무침 2만원(한 접시), 새꼬막 1만5천원(한 접시)

주소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3가 395-4번지

문의

02-267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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