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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의 모든 것 |
글쓴이: 비올레트 | 날짜: 2009-05-28 |
조회: 2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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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맞고 장사 해 봤어? 안 해 봤으면 말을 말어.”
길거리 포장마차 주인들은 스스로를 ‘막바지 장사꾼’이라고 부른다. 줄여 부르면 ‘막장’이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나 할 일이란 뜻이다. 남들이 일 할 때 자고, 남들이 쉴 때 리어커를 끌고 길을 나서야 한다.
포차주인에게는 힘든 삶의 터전이지만 그곳을 찾는 손님들에겐 '무한매력'의 공간이 된다. 넥타이를 푼 회사원들의 뒷이야기가 이어지고 청춘 남녀가 취한 척 서로의 마음을 떠볼 수 있는 곳. 연거푸 떨어지는 면접에 울며 소리쳐도 못 본 척 눈감아줄 것 같은 곳. 포장마차가 그렇다.
조금은 비위생적이고, 조금은 지저분한 기분도 들지만 그래서 더 정겹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포차 속 세상이 궁금했다. “남의 장사 망치지 말고 어서 나가라”며 내치는 주인, “자꾸 찾아오면 신고하겠다”고 호통 치는 주인도 만났다. 만만한 취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뒀다. 술 한잔 따르며 푸념도 듣고, 설거지 도와가며 포차 속 세상을 들어봤다.
택배는 누구인가?
포차의 세계에서 ‘택배’ 모르면 이야기가 안 통한다. '택배'란 포차의 막을 펴주고 접어주는 일꾼을 이르는 말. “음식점 하나를 세웠다 부수는 것과 같다”는 포차주인들 말처럼 생각보다 힘들고 수고스러운 일을 한다.
오후 6시 포차를 보관소에서 끌어와 막을 펴주고, 다음날 오전 5시경 막을 접으러 다시 나온다.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며 일해야 한다. 이들의 임금은 보통 하루 2만원. 포차의 규모나 보관소 이동 거리에 따라 5000원 정도를 더 받기도 한다.
'일은 힘들지만 막노동보다 벌이가 낫다'고 알려졌다. 이런 택배에도 ‘중국교포’ 가 등장했다. 종로 3가의 포차주인들에 따르면 40대 전후의 중국교포들이 서너 군데의 포차를 맡아 제법 현금을 만지고 있다는 것. ‘백지장도 맛들면 낫다’는 말처럼 ‘2인조 택배’도 나타났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보다 빠른 시간에 천막을 정리한 후 다른 포차로 옮겨가는 식이다.
포차도 사고 판다?
포차의 승패를 가늠하는 결정타는 ‘목’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좋은 목은 이미 다른 주인이 차지하고 있다. 빈 공터에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의 단속이 심한 데다 노점연합회가 관리하기 때문.
기존 주인이 몸이 아파 그만두게 되는 경우, 개인 사정으로 잠시 손을 놓는 경우 은밀한 거래가 진행된다. 거래를 하려면 매수자 입장에선 '몫돈'과 '인맥', 두 가지 모두 갖춰야 한다. 포장마차 주인이나 노점연합회를 통해야 매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거래를 하려면 종로 3·4가의 ‘목 좋다’는 곳은 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한 포차 주인은 "위치나 상권에 따라 값 차이가 심한데 장사가 잘되는 곳은 1억원을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돈이 부족한 경우엔 1000만~2000만원의 보증금을 걸고 1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부담하기도 한다.
싼 재료 비싸게 받는다?
"포차의 안주 값이 비싸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쭈꾸미볶음의 예를 들어보자. 시장에서 쭈꾸미 1팩(6마리)을 4000원에 사온다. 볶음에 들어가는 쭈꾸미는 4마리. 원가는 2600원이 조금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포차에선 주꾸미를 볶아 1만원을 받는다. 홍합탕, 채소 등의 기본 안주 값을 감안한다고 해도 재료비는 35%수준이다. 일반음식점의 재료비 비율(30% 내외)와 비교했을 때 큰 무리가 없는 값이다. 그런데 음식점에선 여기에 종업원 임금·임대료 등 고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잘 되는 곳이라고 해도 마진률은 20%에 그친다.
반면 포차는 종업원 인건비나 임대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각종 경비를 제외하더라도 마진율이 50%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포차주인들은 폭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포차 경력 6개월인 조순덕(49)씨는 “밤 낮이 바뀌어 생활리듬이 다 깨졌다. 집에 가면 다리가 퉁퉁 붓는다. 자식 얼굴도 일주일에 한 두 번 볼까 말까 한다”고 푸념했다. 이어 몸 고생, 마음 고생을 따지면 생각 만큼 비싼 값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포차맨은 영원한 포차맨?
서울 종로 3가 포차골목의 ‘국환이네’ 의 여주인 백형자(54)씨. 종로에서 20년 넘게 포장마차와 함께 밤을 보낸 인물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 종로 6가에 번듯한 백반집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말 포차의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포차의 세계에선 이런 말이 통한다. “
포차 버리는 주인 십 리도 못 가 발병 난다.” 이 세계에선 ‘포차 손 털고, 음식점 차린 사람’을 성공 사례로 친다. 하지만 열의 아홉은 실패한다. 포차와 음식점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포차는 목만 잘 잡아 몸으로 때우면 그만이다.
그러나 음식점은 서비스·판촉·종업원 관리 등 경영 노하우가 필수다. 빈털터리로 다시 돌아온 그들은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이 곳에 또 왔지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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