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과일 구실을 하지 못하는 배가 몇개 들어 있습니다.
속을 들추지 않고는 완전 얼짱인 상태입니다.
그러나 껍질을 벗기려고 과도를 대는 순간
아!! 이거 허당이구나...
하고 직감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누구 탓을 할수도 없어요..
아끼고 아끼다가 결국엔 허당배가 되었으니..
지난 설날에 인천 사시는 시누님이 명절이라고 오시면서
배를 한상자 사들고 오셨습니다
저희집에 큰집이다보니
저도 먹거리를 이것저것 넉넉하게 사다 놨는데
제가 산것보다 훨씬 좋고 큰 걸로 한상자 사오셨더라구요
동서네 건너갈때 3 분의1 싸주고
아낀다고..신문지 칭칭 싸고..또 싸고..해서 잘 보관 한다고 한것이..
겉모양은 멀쩡한데 속 꼬라지는 완전 허당배가 되었습니다.
식구들 내 줬으면 잘 먹었을텐데
ㅎㅎㅎ
그 허당배로 장조림을 만들어 봤습니다.
재료들
배 / 청양초 / 간장 / 두반장소스 / 요리당 / 물
배를 껍질을 제거 하고 주사위 보다 살짝 더 크게 썰어
모서리를 다듬었습니다.
다듬는 이유는 모서리 쪽이 먼저 익어 그 부분이 흐트러져
요리를 완성후 깔끔함을 잃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물과 /간장 /두반장 소스/ 청양고추 /요리당을 /넣고
중 약 불에서 바글바글 끓이며 익혀 줍니다.
배가 짐작하기로는 빨리 물러질것 같아두요
나름 성질 ~~있습니다.
짐작 같이 잘 익지를 않아요
익힘이 부족하면 설컹 거려서 맛이 부족하니
첨 조리시 물을 제법 넉넉히 잡으시고 하심이 좋습니다.
윗 사진보다 색감이 무르익어갑니다.
알감자 조림같죠?
배 장조림이 완성 되었습니다.
살짝 곤약 조림 같기도 하지만
곤약과 또 다른 질감으로 입안을 궁금하게 만드는 맛입니다.
식구들 모두 주제가 무엇인지 답을 알지 못했거든요.
곤약은 조림을 해서 먹어보면 약간 미끈 거리는 느낌이잖아요
배 장조림은 맛은 비슷한데 배 특유의 조직이 있어서
약간 살캉 거리면서 또 부드럽습니다.
맛도 제법 괜찮은 편입니다.
역시 아이들이 좋아 했죠
저녁 식탁에서 웬 배가 있어 장조림까지 했냐고 남편이 묻길래
이러고 저러고 해서 배 장조림을 했다고
경위를 쭉~~~설명 하였더니
남편은 제를 측은한 눈으로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 여보 내가 좀 덜 쓸께
이젠 배 아끼지 말고 있으면 당신도 깍아 먹고 얘들도 깍아 주고 해
과일 그리 좋아 하는 사람이 이 지경이 되도록 꿍쳐 두고
왜 그리 스트레스를 받아 =
합니다.
ㅎㅎㅎ
미안 하기도 하고..너무 미련한거 같아 창피 하기도 하고...
그래도 저 미련한거 이해하고 덮어 주는 사람은 남편뿐이 없구나..
싶습니다.
그래두요..
또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도 몰라요...
남다르게 식탐도 많지만..좋은거 있으면 자꾸..아끼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아직 허당배는..두어개 더 있다는 겁니다..
에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