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위치한 숙성 한우 전문점, <우가>
그 명성만 듣고 있던 중 이번 여름 강원도 여행의 제 1순위 목표로 정해서 전격 방문해 보았다.
일찌감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약 2주 전에 예약을 했다.
12시부터 8시 반까지만 영업을 하니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타임은 7시라고 보아야 한다.
밤늦게 손님을 받으면 대체로 술자리로 변질되어 소고기가 안주로 전락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받지는 않는다고.
게다가 사장님과 동생 분, 두 분이서 한 테이블 씩을 맡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한 타임에 공식적으로 두 팀만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8명 이상의 단체 손님은 받지 않는데, 단체 손님이 와서 고기를 싹쓸이 해 버리면 다른 손님들한테 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숙성되어 있는 고기의 양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주방 쪽 전경.
2주쯤 전에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시간이 오후 3시밖에 없어서 느즈막히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앞서 먹은 테이블을 정리하는 동안 홀에서 기다리는데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 온 손님들이 심심찮게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답게 유명인사들의 방문 기념 싸인이 벽면 한 가득.
어떤 업소를 보면 누군지도 모르겠는 사람들 싸인을 걸어놓아 애처롭기도 한데... -_-
여기는 뭐 스타급 연예인부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말 '유명' 인사들이 많이 다녀갔다.
홀을 따라 양 쪽으로 작은 방들이 준비되어 있다.
오른 편에 위치한 방 하나를 잡고 세팅 시작.
일단 우리 테이블은 사장님이 직접 맡아주셨다.
기본적인 세팅이 완료되고 나면 사장님께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주문을 받아주신다.
일단 <우가>에서는 고기를 사장님(또는 동생분)께서 직접 구워 준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그리고 고기를 구우며 소고기에 대한 열띤 '강의'를 해주는데, 부담스럽다면 생략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메뉴판.
일단 가격이 절대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우리 테이블의 경우 두 명이서 등심 2인분, 차돌박이 1인분, 토장찌개 1인분을 먹고
약 16만원 가량이 나왔으니...
어지간하면 1인당 7~8만원은 생각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8만원이 아깝지는 않았다는 것.
등심을 주문하니 사장님께서 이런 등심 덩어리(?)를 통채로 가지고 들어왔다.
레이저 온도계로 고기의 온도도 재고, 전자저울로 중량도 정확히 달아서 가격을 계산한다.
등심을 가지고 들어오신 순간부터 사장님의 현란한 소고기 특강이 시작되었다.
이 등심 덩어리는 20일 정도 숙성된 상태라고 한다.
사장님만의 노하우로 건식과 습식 방식으로 번갈아가면서 숙성을 시키는데, 25일 가량 숙성을 시켜야 가장 맛이 좋다고.
썰어보니 고기 안쪽의 빛깔이 일반적인 선홍색이 아니라 레드와인과 비슷한 보라색? 자주색?에 가깝다.
이렇게 썰어낸 한 덩어리가 약 2인분 정도 되겠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사장님의 소고기 개론 특강.
열심히 듣다 보니 1시간 가량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한 가지였다.
'숙성이 잘 된 좋은 소고기는 바싹 익혀 먹을수록 맛이 살아난다'는 것.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고기는 앞뒤로 한번씩만 구워 핏기만 마르면 먹어야 한다'는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소고기를 살짝 익혀먹는 것은, 맛있어서가 아니라 바싹 익히면 질겨지는 수준의 고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직접 증명해 보이겠다며 불판에 불을 지폈다.
(저 두꺼운 불판도 몇백도 이상으로 가열했다가 적당히 식혀서 열을 머금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등심도 다같은 등심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등심 한 판에서도 더 맛있는 부위가 있고 덜 맛있는 부위가 있으며, 더 기름진 부위가 있고 덜 기름진 부위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등심을 부위별로 해체하여 굽기 시작했다.
저 길다란 부분은 고기를 감싸고 있는 기름 부위에 붙어있는 살.
콜라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부에 좋다고 한다.
소고기를 바싹 익혀야 더욱 맛있다는 주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계속 굽는다.
계속 구운 결과... 이렇게 새까맣게 되었다!
일반적인 소고기 집에서라면 타서 못먹겠다고 버릴 상태라고나 할까.
그러나 사장님 왈, '모든 고기는 타기 직전까지 구웠을 때 가장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고기를 뜨거울 때 먹기보다는 차갑게 식혀서 먹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시며,
까맣게 구운 고기 조각을 옆으로 꺼내놓고 한동안 식혀버리는 것;;;
이것이 등심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고 했던 곳인데, 새까맣게 바싹 구워서 약 5분간 식힌 상태의 고기였다.
보기에는 솔직히 정말 맛없어 보일 뿐 아니라, 너무 두꺼워서 잘 씹히기나 할까 싶다.
하지만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보니...
믿을 수 없이 부드러웠다, 게다가 입안 가득 넘치는 크리미한 육즙.
고기는 씹다보니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입안에는 육즙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게다가 차갑게 식혔는데도 질기지도 않고, 오히려 더 풍부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위의 제일 맛있는 부위는 가장 먼저 구워서 소금만 살짝 뿌려서 먹으라고 하고,
그 다음은 기름진 부위,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교적 퍽퍽한 이 부위를 구워주었다.
물론 이 고기 자체도 여느 한우집과 비교했을 때 뒤쳐지지 않는 맛이지만, 사장님 말로는
이 정도는 농담 섞어 말하자면 '쓰레기'라며 파무침과 함께 대충 먹어치우라고 했다. ㅡ,,ㅡ^
고기를 먹으며 배운 것, 고기의 맛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설명할 때는 와인과 같이 몇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고기의 세가지 맛, C.O.S. 라고 한다.
Creamy한 맛, Oily한 맛, Sweet한 맛.
즉, 감칠맛과 기름진 맛, 그리고 단 맛, 이 세가지가 적절히 어우러져야 가장 좋은 소고기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이 세가지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사장님이 시키는 테이스팅 기법을 열심히 따라해보자.
등심 2인분을 먹고 배는 불러왔지만, 멀리까지 와서 차돌박이를 먹지 않고 돌아갈 수 없기에, 차돌박이 1인분을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서울 시내에서 싼 가격에 파는 차돌박이는 진짜 차돌박이가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나타난 때깔 좋은 차돌박이.
차돌박이도 역시 바싹 구웠다.
차돌박이는 다른 부위에 비해 기름기가 많아 느끼한데, 사장님이 또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차돌박이 초밥'을 발명했다고.
느끼한 맛을 잡아주기 위해 차돌박이로 초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초밥에 와사비를 이렇게 얹고,
그 위에 차돌박이 한 점을 올려서 한 입에 넣는다...
정말 색다른 맛이다.
차돌박이의 느끼한 맛과 와사비의 톡 쏘는 맛, 초밥의 단맛이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궁합을 만들어낸다는.
이건 정말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신개념 음식이 아닌가 싶다.
정말 배가 부르지만;; 그래도 토장찌개를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토장찌개를 1인분 주문한다.
된장찌개와는 또다른, 까만 색의 장으로 찌개를 끓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메주를 담근 후 간장을 버리지 않고 함께 요리하기 때문에 색이 까맣다고 하는데, 약간 춘장 맛도 나는 것 같다.
짭짤한 토장찌개를 밥에 비벼먹으면 마무리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배가 불러서 많이 못 먹은 것이 아쉬울 뿐;;
소고기를 좋아해서 지금껏 다양한 한우 전문점에서 다양한 소고기를 먹어 보았지만,
<우가>에서 소고기에 대해 새로이 눈을 뜬 기분이랄까.
물론 바싹 익혀서 차갑게 식혀 먹고 어쩌고... 하는 것들은 저 정도의 숙성 한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집에 오는 길에 횡성에서 1++ 등급 한우를 사다가 집에서 바싹 구워보았는데 역시 이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숙성 한우를 먹어보기 전에는 소고기에 대해 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바싹 익혀서 차갑게 먹는 소고기가 맛있을 수 있는 곳... 소고기의 신세계라고 할 수 있다.
어지간한 맛집에 대해서 이렇게 극찬을 하면서 소개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우가>는 제대로 숙성된 명품 한우와, 사장님의 소고기에 대한 철학과 열정이 제대로 어우러진 진정한 맛집인 듯.
강원도 횡성의 둔내IC로 나가서 조금만 가다 보면 오른 편에 <우가>를 찾을 수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최소 1주일 전 예약은 필수.
|